한국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허상: 데이터 분석이라는 간판 뒤에 숨은 조악한 현실

화려한 홍보와 초라한 실상

한국의 디지털 마케팅 시장을 돌아보면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수많은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앞다투어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기반 마케팅’, ‘데이터 드리븐 전략’을 표방하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과시한다. 그들의 홈페이지와 제안서를 온갖 화려한 기술 용어로 치장하고, 마치 실리콘밸리의 첨단 테크 기업, 첨단 지능 기업처럼 포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디지털 마케팅의 효과를 물었을 때 광고를 통한 노출, 캠페인 참여자 수 또는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Follower) 수, 댓글 개수와 같은 겉으로 보이는 지표 외에는 답할 수 있는게 없다는 것이 한국 마케팅 업계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내세우는 ‘데이터 분석 능력’과 ‘첨단 기술력’의 실체를 파헤치고, 왜 많은 에이전시들이 여전히 감과 인력에 의존한 조악한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와 함께 비판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네이버 독점이 만든 한국 디지털 마케팅의 기형적 구조

정체된 마케팅 패러다임

한국 디지털 마케팅의 근본적 문제는 네이버의 독점적 지위에서 시작된다. 네이버의 독점으로 인해 10년 이상 정체되어있는 한국의 디지털 마케팅 상황에서, 많은 에이전시들은 글로벌 표준에서 크게 벗어난 낡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없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의 디지털 캠페인은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은 구조로 진행되어 왔다.

신제품 출시 → 플래시로 된 화려한 마이크로사이트 제작, 제품의 기능을 체험해보게 함 → 소비자들의 참여가 저조함 → 경품을 걸고, 네이버에 배너 광고를 해서 소비자들을 모음 → 이벤트 종료, 마이크로사이트는 버려짐

이런 구조적 문제는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진정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기를 동기를 차단해버렸다. 왜 복잡한 데이터 분석을 할 필요가 있겠는가? 네이버에 돈 주고 광고하면 되는데 말이다.

1.2 형식적 데이터 활용의 함정

많은 에이전시들이 ‘데이터 분석’이라고 내세우는 것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표면적인 지표에 그치고 있다. 지표들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소비자의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검색량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었는지, 매출과 광고비 간 상관 관계가 있는지,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광고 양의 비중은 어떠했는지 등 데이터 이면의 의미를 도출해낸다면 훨씬 더 깊이 있고 광고주에게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보고서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대부분의 에이전시들은 클릭수, 노출수, 댓글수와 같은 허수 지표만을 나열하며 ‘성과’라고 포장한다. 그런 것은 플랫폼과 분석시스템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수치일 뿐이다.

기술력 부족을 가리는 마케팅 용어의 남발

대형 에이전시와 중소 에이전시 간의 극명한 격차

한국의 마케팅 에이전시 생태계는 극명한 이중구조를 보인다. 국내 ‘빅3’ 광고대행사들이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며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기업으로의 변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제일기획의 ‘DnA센터’, 이노션의 ‘디지털 커맨드 센터’, HS애드의 ‘빅데이터인사이트연구소’ 등 대형 에이전시들은 실제로 상당한 투자를 통해 데이터 분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규모의 에이전시들이다. 이들은 대형 에이전시의 화려한 마케팅 용어만을 베껴오면서 마치 자신들도 같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처럼 포장한다.

허위과장광고의 일상화

매출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수많은 중소 에이전시들은 어떻게 생존하고 있을까? 그들의 생존 전략은 간단하다. 화려한 포장과 과장광고이다.

실제로는 엑셀 수준의 데이터 정리도 제대로 못하는 에이전시가 ‘머신러닝 기반 타겟팅’을 표방하고, GA조차 제대로 설치할 줄 모르는 곳이 ‘빅데이터 분석 전문’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상당수의 전략은 매출을 올리고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보이도록 꾸며서 투자를 받은 후 투자금을 빼돌리고 나서 탈출하는 것이다.

인력 의존적 운영의 한계와 문제점

기술자가 아닌 영업사원들

광고대행사와 마케팅 직무의 면접을 보러가면 면접관께서 수치 능력에 관한 질문을 하십니다. 그런데 사실 제게는 수치 능력을 어필할만한 경험이 없어서 항상 주저하게 됩니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업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 기본적인 수치 분석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떻게 ‘데이터 분석 전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의사결정

데이터 기반의 콘텐츠,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를 집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우선 데이터 기반으로 타깃팅을 하는 기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가설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고, 미디어 크리에이션이 가능해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은 필수일터. 하지만 이런 인재를 찾기도 힘들고, 육성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이 인용문은 업계 전문가도 인정하는 현실적 한계를 보여준다. 진정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에이전시는 그런 인재를 보유하지도, 육성할 의지도 없다.

대신 이들은 ‘감’과 ‘경험’에 의존한다. 몇 년 차 경력자의 주관적 판단이 ‘전문적 인사이트’로 포장되고, 근거 없는 추측이 ‘데이터 기반 전략’으로 둔갑한다.

구체적인 문제점들과 그 근거

도구는 있으나 활용 능력은 없는 현실

가장 많이 보는 데이터는 매체와 관련된 데이터입니다. TV광고에서는 GRP라고 불리는 총 광고 시청률과 Reach라고 하는 도달률 등이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고 디지털 광고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지표들, CPC(Cost Per Click – 클릭당 비용), CPV(Cost Per View – 조회당 비용), VTR(View Through Rate – 조회율), ROAS(Return On Ad Spend – 광고비 대비 매출) 등이 있다. 이런 지표들은 AE가 직접 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보통 미디어 렙사에서 제공을 해준다.

여기서 핵심은 “AE가 직접 구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부분이다. 즉, 많은 에이전시 직원들이 단순히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기본 지표를 복사해서 붙여넣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통합적 분석 능력의 부재

최근 들어 느끼는 점은, 디지털 마케팅의 분야가 최근 몇년간 세분화 되어 왔으나, 다시 통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예전처럼 좋은 광고 소재와 매체 최적화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은 줄어들고 있고 브랜드와 서비스, 상품에 대한 이해 및 고객에 대한 이해와 퍼포먼스 마케팅을 연결시켰을 때 해결 가능한 문제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데이터 분석이란 단편적인 지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 소스를 통합하여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에이전시들은 이런 통합적 사고 능력이 부족하다.

아니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 여러 비즈니스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비즈니스 시장과 마케팅 시장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경제 생태계에서 이런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깊은 경험과 인사이트가 없기 때문이다.

기술적 인프라의 부족

실제로 많은 에이전시들이 내세우는 ‘빅데이터 분석’의 실체를 보면:

  • Google Analytics 기본 보고서를 복사해서 붙여넣기
  • 광고 플랫폼의 기본 대시보드 캡쳐해서 보고서 만들기
  • 엑셀로 간단한 합계 계산하는 수준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잘못된 분석

이것이 ‘데이터 분석 전문 에이전시’라고 홍보되는 회사들의 실제 업무 수준이다. 카페 종업업과 같다.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가?

클라이언트의 낮은 전문성

많은 클라이언트들 역시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그들은 화려한 용어와 그럴듯한 차트에 쉽게 현혹되며, 실제 성과보다는 보고서의 ‘느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단기적 성과 중심의 사고

캠페인 참여 유도를 위해 내걸은 경품들이 엉뚱한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마케팅 문화는 여전히 단기적이고 이벤트 중심적이다. 진정한 브랜드 가치 제고나 장기적 고객 관계 구축보다는 당장의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한다.

업계의 폐쇄성과 견제 부족

실력 있는 전문가들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더라도, 업계 내부의 이해관계와 폐쇄적 문화로 인해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이 ‘업계 관계를 해치는 사람’으로 매도되는 경우도 있다.

해결책과 제언

투명한 성과 지표의 도입

마케팅 에이전시들은 허수 지표가 아닌 실제 비즈니스 성과와 연결된 지표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한 노출수나 클릭수가 아니라 실제 매출 기여도, 고객 생애 가치 증가, 브랜드 인지도 변화 등을 측정하고 보고해야 한다.

기술적 역량의 실질적 개발

화려한 마케팅 용어를 나열하는 대신, 실제로 데이터를 수집, 정제, 분석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사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통계학, 데이터 사이언스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클라이언트 교육의 필요성

클라이언트들도 더 똑똑해져야 한다. 화려한 포장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성과와 방법론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결론: 진정한 변화를 위하여

한국의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들이 내세우는 ‘데이터 분석 능력’과 ‘첨단 기술력’의 상당 부분은 허상이다. 화려한 포장 뒤에는 여전히 감과 경험에 의존하는 조악한 마케팅 방식이 숨어 있다.

데이터 마케팅의 헤게모니는 점차 광고주에게로 옮겨갈 것이다라는 전망처럼, 진정한 기술력을 갖추지 못한 에이전시들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겉치레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전문성을 갖춰야 할 때다. 클라이언트를 속이고 스스로를 속이는 일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한국의 디지털 마케팅 업계가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구조적 문제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진정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은 화려한 용어나 그럴듯한 차트가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증명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광고주들도 이런 기준에 맞지 않는 저급 에이전시들에게 더 이상 광고비를 분배하거나 일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인 악순환은 계속 되고 저급 에이전시들이 계속 늘어나게 되서 좋은 마케팅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Author: G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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