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는 더 이상 핫플이 아니다

예전에 여러 차례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성수의 거품이 막바지로 가고 있다. 이제 거품은 모두 꺼지고 있다. 연무장길을 한번 걸어보라. 예전의 그 줄 서던 열기는 온데간데없고, 팝업이 끝난 빈 매장에 ‘임대문의’ 스티커만 붙어 있는 풍경이 반복된다. 데이터도, 현장도, 전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팝업의 시대는 끝났다

팝업이 열렸던 곳들이 일반 상설 매장으로 거의 다 바뀌었다. 90% 이상의 팝업 매장들이 대여업을 접고 상설 매장에게 세를 주고 있다. 더 이상 거품 마케팅을 성수에서 하려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팝업스토어 평균 운영 기간은 25.1일에서 17.9일로 약 일주일이나 단축됐고, 7일 이하 초단기 팝업 비중이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했다. 팝업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건 브랜드들이 성수 팝업의 효과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르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과거 40팀 이상이 대기하던 인기 팝업도 이제는 5팀 수준으로 줄었다. 방문객들은 “올리브영에서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는데 굳이 성수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 팝업의 매력은 새로운 체험이었는데, 지금은 단순 판매에 초점을 맞추면서 차별성을 완전히 잃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소상공인이 아니라 대기업이다. 무신사, 아모레퍼시픽, 젠틀몬스터 같은 곳들이 수백억 원대 건물을 매입해 플래그십 매장과 본사 사옥으로 전환하고 있다. 연무장길 일대 땅값은 3.3㎡당 3억 원까지 치솟았고, 20평짜리 가게의 권리금이 20억 원을 호가한다. 이건 더 이상 소상공인이 발을 들일 수 있는 동네가 아니라는 의미다.


밥 먹을 데가 없는 상권

상설 매장이 들어서면 상권이 형성되니 더 나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성수의 상권 구조는 매우 기형적이다.

팝업과 스타트업을 유치하며 무리하게 허가를 내주다 보니, 기존의 오래된 작은 식당들이 임대료를 배겨내지 못하고 모두 나가버렸다. 성수 중심가에는 밥을 먹을 만한 곳이 거의 없다. 실제로 성수동의 식당 매출 증가율(92%)은 의류(339%)나 카페(255%)에 비해 현저히 낮다. 사람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동네가 아니라, 사진 찍고 구경하다 나가는 동네가 된 것이다.

식음료를 먹을 곳이 없다는 건 밤에 사람이 없다는 뜻이고,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뜻이다. 2024년 2분기 성수2가3동의 유동인구는 5만 2,531명으로, 2022년 같은 기간 5만 3,163명보다 줄었다. 미미한 차이 같지만, 핫플은 정점을 찍으면 급격히 무너진다. 감소세로 전환됐다는 것 자체가 신호다.


제2의 명동이 되어버렸다

성수는 이제 외국인 관광객이 시간 맞춰 와서 화장품을 사가는 곳이 됐다. 예전의 명동이나 동대문과 다를 바가 없다. 과장이 아니라 팩트다.

2024년 성수동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1,315억 원. 전년 대비 226.3% 폭증했는데, 소비 품목의 95% 이상이 의류와 화장품이다. CJ올리브영 성수점 하나에만 1년간 250만 명이 방문했고, 이 중 140만 명이 외국인이다. 올리브영 성수 개점 후 성수동 전체 외국인 결제 건수는 592%나 뛰었다.

숫자만 보면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문제다. 외국인 화장품 쇼핑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상권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명동이 그랬고, 동대문이 그랬다. 외국인이 빠지는 순간 상권 전체가 무너진다.

동대문 상권의 일부 집합상가는 지금 공실률이 86%다. 강남 가로수길은 39.4%. 홍대는 매출이 61% 급감했다. 한때 핫플이라 불리던 곳들의 공통된 결말이다. 성수도 이 순서를 그대로 따르게 될 것이다. 업계에서도 “핫플의 유통기한이 점점 단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이미 용리단길(343% 매출 증가)이 다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성수의 유동인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건 시간문제다.


성동구청이 망친 동네

여기까지는 시장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성수의 몰락에는 성동구청의 전시 행정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성수동 핫플레이스’라는 타이틀을 구청장의 홍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정작 상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규제 없는 팝업 난립을 방치했다. 팝업스토어는 1~2주 단기 임대이기 때문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임대료 상승 폭에 제한이 없다는 뜻이다. 성동구청은 이 법적 사각지대를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10평 매장의 팝업 일일 임대료가 70~80만 원, 월 환산 2,000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소상공인에게 합리적인 월세를 받느니 팝업을 돌리는 게 훨씬 이익이니, 기존 세입자를 내쫓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구청은 이걸 그냥 지켜봤다.

쓰레기 문제도 방치했다. 한 달 평균 90여 개의 팝업이 들어왔다 사라지는데, 각 팝업 철거 시 2~3톤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성동구 내 사업장 폐기물 배출량은 2018년 51.2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하루에 1톤짜리 트럭이 최대 20차례 수거하는 지경인데, 팝업 폐기물은 신고 의무조차 없다. 한겨레 보도에서 전문가들이 폐기물 처리 허가제 도입을 주장했지만, 구청은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은 보여주기에 그쳤다. 성동구가 자랑하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는 강제력이 없었다.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마음대로 올렸고, 오래된 가게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2018년부터 ‘공공안심상가’를 만들어 피해 자영업자를 입주시켰다고 홍보했지만, 결과는 어떤가. 2024년 3분기 뚝섬 상가 임대료 상승률은 4.29%로 서울 최고를 기록했고, 연무장길 중심 상가는 1년 만에 임대료가 2배로 뛰었다. 안심상가 몇 개로 성수 전체의 임대료 폭등을 막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시 행정이었다.

급기야 2025년에는 세금으로 ‘공공 팝업스토어’까지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팝업의 시대가 끝나가는 시점에 말이다. 문제의 원인이 팝업인데 해결책도 팝업이라니, 이보다 더 뚜렷한 전시 행정의 표본이 있을까.

주민은 뒷전이었다. 성동구청은 “10년간 사업체 78% 증가, 카드매출 274% 증가, 관광객 3,000만 명”이라는 숫자를 내세우며 성과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주민들은 고통받고 있다. 2023년 10월 K팝 공연장 개장 후 나흘간 133건의 소음 민원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밤마다 소음과 진동으로 잠을 자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성수역은 인파 과밀로 심각한 혼잡을 겪고 있어 출구 신설이 약속됐지만,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관광객 3,000만 명이 구청장의 치적일 수는 있어도, 그 동네에 사는 주민에게는 소음, 교통 혼잡, 쓰레기, 치솟는 생활비로 돌아올 뿐이다.

재개발마저 비리의 늪에 빠졌다. 성수동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재개발 사업도 엉망이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3지구는 조합 비리와 내분으로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1지구에서는 조합장이 마감재를 저가 자재로 바꿔치기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고, 시공사와의 리베이트 유착, 고급 한우 접대, 금품 제공 정황까지 드러났다. 2지구는 조합장이 성비위 의혹으로 사퇴했다가 한 달 만에 복귀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과도한 입찰 조건 때문에 삼성물산,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가 모두 철회하면서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3지구도 설계 미승인으로 설계자 선정이 취소됐다. 4개 지구 중 정상 진행 중인 곳은 4지구 하나뿐이다. 서울시는 준공업지역 용적률을 250%에서 400%로 완화하며 개발 이익을 키워줬지만, 그 개발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은 부재하다.


결국, 행정의 실패다

성수의 문제를 정리하면 이렇다.

팝업이 유행할 때 규제 없이 방치했다. 임대료가 폭등할 때 강제력 없는 조례로 눈 가리고 아웅 했다. 소상공인이 쫓겨날 때 안심상가 몇 개로 홍보만 했다. 주민이 고통받을 때 관광객 숫자만 내세웠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인 재개발마저 비리에 잠식당하고 있다.

성수는 시장이 망친 게 아니다. 시장의 과열을 제어해야 할 행정이, 오히려 그 과열을 부추기고 방치하면서 망가뜨린 것이다. 지금 성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하나의 동네가 핫플이라는 이름 아래 어떻게 소비되고 버려지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다음 핫플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런 식의 행정이 계속되는 한, 그 다음 동네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Author: G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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