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 결국 쇠퇴하기 시작

성수동이 변하고 있다. 여전히 주말이면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인파로 북적이지만, 그 이면에는 점점 사라져가는 작은 식당과 상점들이 있다. 자동차공업사, 철공소, 가죽공방 등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업종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성수를 떠나고, 그들이 찾던 단골 식당들도 손님이 줄어 문을 닫는 일이 잦아졌다. 최근들어 이 현상이 더 가속화되었고 이제 메인스트리트에는 음식을 파는 소상점은 없고 골목 안쪽의 상점도 모두 사라지고 있다. 임대료를 모두 두 배 이상 올려달라는 수용하기 힘든 요구를 해서 임차인을 사실상 내보내고 있다는 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팝업의 성지, 마케팅을 위한 가장 핫하고 뜨는 공간으로 보이지만 거품이 꺼지기 직전의 가장 부풀어 오른 상태라는 것이 이 지역을 잘 아는 마케팅과 행사 기획, 부동산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렇게 될 것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수년 전부터 개발업자들이 과도하게 성수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임대료 수익을 노리고 주택과 상점을 리모델링해 팝업스토어 대여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 쉬워졌고 흔해졌으며. 그 결과, 성수는 점점 단기 임대업만 성행하는 기형적인 비즈니스 지역이 되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평일에는 인적이 드물고, 저녁이 되면 불 꺼진 유령도시로 변한다. 이 상황의 뒤에는 상동구청이 있는데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조건으로 근린생활시설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개발업자들을 모집하고 알선하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청년창업을 유도해서 창업하게 한 후 3개월 이내에 폐점하게는 일도 다반사였으며 청년을 위한 새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는 과시형 행정도 안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일어난 것이다.

관광객들은 성수에서 화장품과 패션을 쇼핑하지만, 식당을 찾는 일은 드물다. 화장품과 패션 용품 판매만으로는 성수 전체가 기대하는 매출을 채우기 어렵다. 팝업스토어로 유동인구는 많지만, 실제 소비로 이어지는 인구는 적다. 주말 저녁 이후에는 거리가 한산하다.

성동구는 처음 성수를 개발할 때 F&B만 있는 곳은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공동화된 상점 자리에 카페, 빵집, 디저트 가게, 식당이 들어서고,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해 문을 닫는다. 식당을 여는 이들 중 상당수는 장기적인 영업이 목적이 아니다. 오픈 후 권리금을 받고 되파는 것이 목표인 경우가 많다. 개발업자와 한통속이거나, 개발업자가 직접 식당을 운영하다 넘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종의 ‘폭탄 돌리기’가 성수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제 그 폭탄 돌리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도시개발의 불문률이 있다. 상업지역에 대기업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그 지역은 망한다는 것이다. 성수에는 이미 CJ 올리브영 대형매장, 한화 쉐이크쉑 버거, 젠틀몬스터와 탬버린즈, 샤넬 플래그쉽 매장 등이 들어서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대형 브랜드가 들어올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 주변 상관은 망가지는 것이 잘 알려져 있으며 벌써 주변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이제 성수는 경리단길, 해방촌처럼 공동화의 길이 시작되었으며 성수 흥행의 끝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제 3년안에 폭탄이 터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제 힙한 젋은 층에게 어필하려는 매장들은 다시 가로수길과 이태원으로 돌아가고 있다. 성동구가 주도했던 폭탄돌리기는 결국 새드앤딩의 결말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대책없이 주도하는 사업이 도시와 비즈니스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되었다.

성수의 F&B 가 망하는 이유

“주방공간이 협소하다”

성수의 식음료 매장을 몇 번이라도 방문해보았다면 주방이 없는 공간이 대부분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주방이 잘 갖춰진 근 상점자리가 별로 없다. 큰길가의 중, 대형의 매장은 이미 팝업 스토어를 위한 단기임대 수익을 위한 임대공간이 되었고 작은 공간은 주택의 일부를 개조한 것이라서 주방을 만들기에는 너무 협소하다. 빵집의 큰 오븐을 두거나 하는 것은 무리가 된다. 결국 식재료를 모두 코스트코나 다른 식자재마트에서 가져와서 단순 조리만 해서 판매하고 디저트를 다른데서 만들어와 진열한 후 판매만 한다. 커피 로스팅을 전문으로하는 커피샵 몇곳 외에는 커피와 빵의 맛이 차이가 없고 거의 똑같다. 인테리어와 홀의 구조가 다른 것 외에는 차이가 없다.

“권리금을 받고 넘기기 위한 임시 영업”

애초에 카페나 빵집을 오래 운영할 의지는 없는경우가 많다. 단지 인테리어만 예쁘게 꾸며서 사진을 찍어 남기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사람이 몰려들면 흥행이 된다는 것을 과시해서 권리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 이런 일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 같은 자리에서 1년사이에 다섯번 이상 이름이 바뀐 식음료 매장이 매우 많다.

특히 연예인의 이름이 거론되며 흥행몰이를 했다가 몇달만에 주인이 바뀌며이름이 바뀌느는 경우도 사례도 빈번하다.

“식음료 매장 월세보다는 단기임대수익을 노린다”

큰 식음료 매장으로 장사가 잘 되는 것처럼 보이는 고급 인테리어의 가페나 빵집도 몇달이 지나면 팝업스토어 전시 공간으로 바뀌는 것은 다반사이다.

건물주의 경우는 임대를 주고 월세를 받는 것 보다 단기 임대로 팝업스토어를 하며게되면 세금 혜택이 있거나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다. 성수의 경우에는 팝업스토어랄 해서 받는 임대료가 1주일에 1억이상 받는 곳도 많다. 공실이 있어도 1년동안 임대 수익을 모두 합치면 장기 임대를 주는 것보다 훨씬 득이 된다.

“건물주의 탐욕”

메인 스트리트의 임대료가 오르다보니 골목안 작은 매장의 주인들도 임대료를 두 배에서 세 배까지 올려달라고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순간에 임대료를 두 배, 세 배 씩 올려주는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것과 같다. 이런건물주의 탐욕이 결국 지역 전체가 망하는 길로 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

경리단길, 이태원, 해방촌, 청담동 등 비슷한 사례가 이미 너무 많다. 이전에 동일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ㅍ은 길을 걸었다는 것은 대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의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성동구청의 대책없는 행정

성동구의 무대책 행정은 예전부터 말이 많았고 관련 공무원들은 실적 부풀리기와 전시행정에만 힘을 쓴다. 애초에 F&B만 들어선 거리는 만들지 않겠다고 오언장담했지만 그 대안이 가죽공방, 악쎄사리 공방, 소상공을 다 내보내고 팝업스토어들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고 흥행에 성공한 것 처럼 보였지만 실제 장기적인 소비를 만들어 줄 고객이 없는 체리피커들만 방문하는 뜨네기들의 공간이 되었다.

행정적으로 유도하지 않도록 규제하거나 방향을 바꿔야했겠지만 성동구는 오히려 이런 거품에 편승한 것이 문제다. 성수에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들의 구매 성향은 매우 단순하다. 선호하는 화장품 매장에서 물건을 몇 개 사고는 식당에 가거나 카페에 가지 않는다. 대부분은 저가 커피나 편의점을 이용하며 팝업스토어 방문을 하고 올리브 영이나 선호하는 몇개의 대형 매장에서 사고는 그냥 간다. 명동이나 이태원 등에서 많은 물건을 구입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다. 거리에 사람은 많지만 속빈 강정이라고해도 무방하다. 몇개의 대형 상점외에는 장사가 거의 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중에는 사람이 없어 심지어 편의점과 카페도 한산한 실정이다. 편의점과 식음료 매장은 주중에 매출이 없으면 유지하기 힘들어 결국 매장을 닫게 된다.

이런곳에 점점 더 대형 매장과 팝업스토어만 늘고 있고 포화상태가 되었다.

돈 안되는 팝업스토어가 빠지기 시작했다

성수에서 팝업 스토어를 한 번이라도 해보지 않는 유명 브랜드가 없을 정도다. 화장품은 물론이고 식음료, 카페, 배달, 전자제품, 영화, 드라마 등과 같은 20, 30대 여성이 관심있을만한 것은 모두 다 팝업을 했을 것이다.

팝업 스토어 마케팅은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홍보의 목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서 제품을 홍보하는데 목적이 있다. 홍보하면서 고객에게 제품을 각인 시키기 위해서 여러가지 설명도 하고 게임도 하고 기억에 남을 기프트를 증정한다. 그런 기프트를 받고 만족하면 후에 물건을 실제 구매하게 되는것이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큰 업체가 운영하는 브랜드들은 성수 팝업 스토어 홍보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 있고 최근에는 성수에서 팝업스토어를 하는 것이 더 이상 큰 가치가 없다는 것이 마케팅과 기획업계에 잘 알려져있다.

지금은 무료로 기프트를 나눠주며 홍보하는 팝업스토어 보다는 실제로 물건을 판매하는 상설매장이 점점 더 들어서고 있다. 문제는 상설매장이 팝업스토어라고 말하지만 물건 값이 싸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명동에 외국인이 한참 몰렸을 때 바가지가 성행하던 것과 같으며 과거 명동이 망했던 것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Author: G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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